상대적으로 초기 스타트업 (series-a단계, 약 30명 수준)에 조인했던 나는 근무하는 3년이 넘는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입사하는 것을 목격했다. 입사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한 것과 더불어 회사가 가진 비전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뿐만 아니라 회사가 갖고 있는 스토리가 사람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느꼈다.
이 책은 뉴욕대 교수인 어스워스 다모다란이 스토리와 숫자를 결합하여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세상에 2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내러티브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스토리 텔러이고, 두번째는 숫자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넘버크런처이다. 저자 또한 애초에 넘버크런치 기질을 갖고 있어 정량적 분석을 통해 기업 평가를 수행하였지만, 이 평가가 잘못된 결과를 낳는 결과를 목격하며 내러티브와 숫자를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기업을 더 잘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기업의 스토리란 해당 기업의 역사, 시장, 경쟁 등을 포함한다. 저자는 기업이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이 존재해야한다고 말한다. 먼저, 가능성이란 해당 스토리가 정말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며, 타당성이란 해당 스토리가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에 대한 얘기이다. 마지막으로 개연성이란 스토리가 전개했을 때의 예상치가 제시 가능한가이다. 이러한 스토리에 기반해서 기업은 시장크기, 매출액, 영업이익 등이 추산되고 이를 바탕으로 가치가 평가되는 것이다. 가능성-타당성-개연성의 흐름 속에서 가능성이 낮으면 낮을 수록 벤처투자, 개연성이 높을수록 가치투자의 성향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판단에 근거하여 저자가 책에서 우버에 대해 가치를 평가한 자료가 아래와 같다.



이를 살펴보면 스토리를 중심으로 투입변수들의 값이 정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가치가 정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저자가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언제든 이러한 내러티브는 바뀔 수 있고, 가치평가자는 언제든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한다. 내러티브가 바뀔 수 있는 요인은 다양하며 국가, 원자재값 등의 거시적 변수로 인해서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저자는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초기기업은 내러티브가 숫자를 이끌고, 후기로 갈수록 숫자가 내러티브를 이끌게 된다는 것도 지적한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이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어떤 질문을 하고,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시해야하는 요소들도 언급한다. 뿐만 아니라,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경영자들도 그에 맞는 능력을 갖춰야한다는 점도 책에 나와있다.
최근 몇년간 많은 스타트업들이 유동성 파티 속에서 본인들만의 비전을 제시하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왔다. 즉, 스토리와 숫자 중 스토리만으로 기업 평가를 받아온 것 이다. 올해 들어 역대급 금리 인상으로 인해 유동성이 말라붙자 벤처캐피탈들은 언제 그랬냐며 스타트업들에게 스토리가 아닌 숫자를 증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끊임없이 높은 주가를 달리던 미국의 big tech 기업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의 주식 폭락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동안 오히려 소외되었던 가치주들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창업자이건 경영자이건 투자자이건 간에 최종적으로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모든 회사는 초기에 특정 비전을 이루고자 설립이 되었을 것이다. 다만 그 비전은 당연히 틀릴 수 있고, 이를 현실성 있게 고쳐나가며 비전을 이루고자 할 것이다. 모두가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회사 이해관계자들이 수동적인 존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회사의 비전과 내러티브를 검토하고, 이를 현실성 있게 고쳐나가기 위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비전의 현실성, 진행 단계 등을 검토할 수 있게 만드는 도구가 숫자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러한 평가 방법론이 단순히 기업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개인이 삶을 살아가면서도 목표가 있고, 바라는 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 정량화가 가능하다면 기업 평가와 비슷하게 이를 숫자로 표현함으로써 개인의 목표를 점검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수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개인의 삶을 숫자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이런 방법론을 통해 개인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고, 현실적으로 목표를 수정하며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한, 나의 목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이를 어떻게 평가하며 이루어 나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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