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책 리뷰] 크래프톤 웨이 - 이기문 저

J Park 2023. 3. 20. 21:52

(2021년 7월 25일 페이스북에 쓴 글을 옮김)

 

내 직장 생활도 이제 2년이 다 되어 간다.

 

재밌는 것도 물론 많지만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주위에 나 말고는 스타트업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항상 다른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다음달 상장을 앞둔 배틀 그라운드 (이하 배그) 제작사 크래프톤의 지난 10년을 다룬 크래프톤 웨이라는 책이 나왔다고 하여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한 스타트업의 성장사를 알고 싶어 어제 서점에 간 김에 구매를 했다. (우연히도 와이프의 고등학교 친구인 조선일보 기자가 쓴 글이라고 한다.) 주말 동안에 정신없이 재밌게 읽고 오랜만에 페북에 책 감상평을 쓴다.

 

처음엔 상장을 앞두고 화제 몰이를 위한 자랑글(?) 일거라고 생각했고, 워낙 역대급 성공이기도 한만큼 자랑글은 감안하고, 그 속에서 교훈(?) 같은 걸 찾고자 했다. 하지만 책 내용은 예상과는 다르게 10년 동안 회사에서 벌어진 일을 낱낱이 (때로는 메일 원문 그대로를 통해) 보여주는 처절한 드라마 같았다.

 

먼저 느낀 점은 성공하는 비즈니스를 만드는게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창업에 2번이나 성공한 사업가와 게임 업계의 생리를 아는 CEO, 경험많은 개발자들이 모였음에도 그들이 개발한 게임은 번번히 흥행에 실패하였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서로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공동 창업자 6인 중 3인은 회사를 떠나게 된다. 기술력과 경영 경험이 풍부해도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었다.

 

한편으론, 배그의 성공 스토리가 하나하나 그려짐에도 이 성공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배그 개발 총괄자 (김창한 현 크래프톤 대표)는 크래프톤의 창업 멤버도 아니었고, 개발과정에서 회사 경영진도 배그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김창한 대표가 배그 출시 초기에 대박 조짐을 알아차리고 경영진의 지원을 요청해도 경영진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으론 이를 솔직히 책에 기록 하게한 경영진들도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크래프톤의 구성원들이 본인들의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열정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나름 열심히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의 기준에 얼마나 모자란지를 깨달았다. 특히 김창한 대표가 배그 출시 초기 경영진의 서포트를 못 받는 과정에서 경영진에게 쓴 메일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축구를 할 땐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일 할땐 고분고분 조용하게 하는 내가 예전 축구만큼 일에는 열정이 없는게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이 들었다.

 

내일은 또 다른 월요일의 시작. 어느새 올해도 상반기가 끝났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구성원들의 열정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으니 남은 하반기도 더 열심히 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