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책 리뷰] 숫자로 경영하라 1 - 최종학 저

J Park 2022. 12. 21. 18:07

투자를 하다보면 기업의 재무제표를 볼 일이 많다. 기본적인 매출, 비용, 이익 등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어떤 내용을 주로 봐야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 경영대에서 회계를 가르치는 최종학 교수님으로, 저자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기업들에게 발생한 사건을 회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를 분석한다. 또한 책이 쓰여진 시점 (2009년) 근처에 발발한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개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다. 책은 크게 아래와 같이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 Part 1. 회계정보를 사용한 공시 및 경영전략
  • Part 2. 회계처리방법, 그 선택에 따른 영향
  • Part 3. 성과평가와 적정보상의 중요성
  • Part 4. 회계정보를 알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 Part 5. 회계지식으로 보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모든 것


Part 1에서는 경영 상의 주요 사건이 생길 때 수행하는 공시를 회계정보를 통해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여러 사례들을 비교하며, 한국에서는 경영상의 부정적 사건에 대해 공시를 늦추거나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마텔(Mattel)'이라는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에 대해 예를 보여준다. 이 회사의 중국 공장을 통해 만든 일부 제품에서 인체에 해로운 납 성분이 검출된 사건이 있었다. 마텔은 이 사건이 있은 직후, 다양한 뉴스 및 광고를 통해서 CEO가 직접 사과를 하고, 대규모 리콜을 수행하였다. 또한, 소비자에게 어떤 공장에서 만들어진 어떤 제품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상세히 밝히며, 품질관리 개선 방법에 대해서도 고객과 공유를 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지금까지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리콜에 대해 사과하는 Mattel의 CEO 관련 뉴스:
https://consumerist.com/2007/08/18/mattel-ceos-online-video-apology-for-millions-of-toy-recalls/)

Mattel CEO's Online Video Apology For Millions Of Toy Recalls

Mattel CEO Bob Eckert posted a video apology for the millions of lead-tainted and faulty magnet toys they were forced to recall. In it, he apologizes, has himself and his company take full responsi…

consumerist.com


Part 2에서는 회계처리방법의 선택이 어떻게 재무제표 상 기업의 재무상태와 기업성과, 기업가치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 있었던 다양한 사례에 대해 언급하는데, 그 중 하나가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된 건이다. 2006년 금호 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자금을 조달하였다. 이 때, 금호그룹은 풋백옵션 계약을 통해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대우건설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주었다. 해당 풋백옵션을 통해 금호그룹은 특정 시점에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정해진 가격으로 대우건설 주식을 사주어야 하므로, 곧 해당 기업에게 부채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당시 금호 그룹은 이를 재무 제표에 명시하지 않았고, 풋백옵션 발효 시점에 결국 이를 처리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자금마련을 위해 대우건설을 되팔게 된다. 만약 재무제표만 보고 금호그룹에 투자한 투자자가 있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2년 반만에 재매각한 금호에 대한 뉴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362905.html)

상처뿐인 M&A…금호, 대우건설 결국 되판다

‘풋옵션’ 4조 압박에 자본잠식 위협 2년반만에 재매각…‘빚잔치’에 휘청 공개매각 안되면 산은 인수 가능성

www.hani.co.kr


Part 3에서는 회계자료에 기반한 정확한 성과평가와 적정보상의 중요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도 회사에서 항상 평가를 받고, 평가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은 파트였다. 이 중 은행의 사례를 들며 조직의 목표와 직원의 평가지표를 일치시켜야한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은행에서는 직원들이 모든 고객들에게 자사의 카드 발급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 때, 많은 카드 보유로 인해 이를 거절하는 고객에게 직원들은 발급 받은 후 바로 카드를 버리면 된다는 식으로 고객을 설득한다. 이는 결국 카드 발급에 들어가는 회사의 비용을 개의치 않는, 즉 회사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직원들은 본인의 평가지표가 많은 카드 발급으로만 설정되어 있으니 회사의 이익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조직의 목표와 직원의 평가지표를 일치해야한다는 것은 최근 많은 스타트업들이 적용하는 OKR (Objective and Key Results)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OKR은 회사의 목표와 조직/개인의 목표를 일치시키고, 이를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는 중요 지표를 정하는 목표 설정 방법이다. 은행 카드 발급의 경우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Part 4에서는 회계정보를 통해 사회와 경영을 이해하는 법을 설명해준다. 특히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2008년 롯데칠성이 두산주류를 5,030억원에 인수한 건에 대한 평가이다. 인수 당시 롯데칠성은 EBITDA를 기준으로 13.3배의 멀티플을 적용해 5,030억을 산출했다. EBITDA는 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t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로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정의된다. 즉, 롯데칠성이 두산주류 M&A를 통해 인수 가격 만큼의 금액을 회수하려면 13.3년이 걸린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에서는 너무 비싼 가격으로 롯데칠성이 두산주류를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다만, 저자는 롯데칠성과 두산주류가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므로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점, 추후 두산주류 상장을 통해 인수 대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비싼 가격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롯데칠성이 두산주류를 인수한다는 당시 뉴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1/06/2009010601443.html)

롯데칠성, 두산 주류사업부문 5030억원에 인수

롯데칠성, 두산 주류사업부문 5030억원에 인수 처음처럼·산·마주앙 브랜드 인수 본계약 체결

biz.chosun.com


Part 5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발생한 2008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개에 대해 얘기한다. 이를 위해 금융위기 전 저금리 하에서 지속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던 시점부터 얘기를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신용등급이 높은 소비자 (prime)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 (subprime)들까지 쉽게 주택담보대출(mortgage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투자은행들은 이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주택저당증권 (MBS), 부채담보부채권 (CDO) 등의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낸다. 사실, 이러한 파생상품들도 서브프라임 소비자들의 대출에 기반한 상품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높을 수 없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의 무디스, 피치 등 다양한 신용평가사들이 이 상품의 신용도를 높게 매긴 도덕적 해이도 금융위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후, 경기 호황이 끝나고 미국 금리가 오르자,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조금씩 대출을 못 갚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파생상품을 구매한 투자자 및 투자은행들은 부도위기에 몰렸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은 모두 파산하거나, 인수, 혹은 회사 구조를 바꿨다고 한다.
(관련 사건을 정리한 위키: https://en.wikipedia.org/wiki/Subprime_mortgage_crisis)

Subprime mortgage crisis - Wikipedia

en.wikipedia.org

현재 이 책은 시리즈로 5권까지 나오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2009년 1편이 나올 당시에도 2008년, 2009년에 발생한 최신 사건들을 통찰력있게 회계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만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경제, 경영 이슈에 대한 분석을 통해 책을 내고 계신 것으로 보인다. 10년이 지난 사건을 다루는 1편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서, 이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보며 최근에 발생한 다양한 경제적 이슈 및 사건에 대해 회계적인 관점에서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회계라는 것이 단순히 회사에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기록하는 단순한 기계적인 일이 아니라, 회사 운영의 방향을 결정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의 근거가 되는 경영의 핵심적인 활동임을 알게 되었다. 향후, 투자 활동을 하거나 특정 회사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기면 단순히 구글/네이버를 통해 검색을 해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며 천천히 회사를 분석해보는 것도 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