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부터 시작한 VC생활이 어느새 2년이 지나 3년차에 들어섰다. 스타트업 생활을 4년간 한 후 우연한 기회에 VC 업계에 진입했는데, 2년간의 VC 생활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 VC에 대한 오해와 진실
흔히들 VC에 대한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오해가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나도 VC에서 일하기 전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몇 가지 오해가 있었는데 우선 이런 오해에 대해 바로 잡고 싶다.- VC는 사업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투자한다
-> 이런 오해는 기술력이나 사업적 차별성이 없어 보이는 회사가 투자를 많이 받거나 VC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회사가 망했을 때 흔히들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VC가 추구하는 바와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VC는 우선 향후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좀 더 후기 단계라도 최소 2-3배) 회사에 투자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망하는 회사가 많기도 하고, 밖에서 보기엔 이해가 안되는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의사 결정은 대부분 회사의 핵심 인원들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 (투심)'를 통해 이뤄지게 되는데, 개별심사역 수준에선 가끔 산업을 잘 못 판단할 수 있어도, 수십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는 투심 위원들의 경우 오히려 보수적인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을지 언정 리스크에 대한 이해도 하지 못한 결정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리스크와 리턴에 대한 기대 아래에 내려지게 된다. - VC들은 맨날 골프치고, 술마시고, 명품 옷 입고 다닌다.
-> 아무래도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다양한 사람을 많나는 일이 많다보니 깔끔하게 입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VC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술 많이 안 마시고, 골프도 거의 안치는 심사역들도 많다 (물론 이건 회사by회사, 심사역by심사역 일것 같다). 그리고 심사역 수준에선 생각보다 보수 수준도 높지 않아서 비싼 옷을 살 여유도 많진 않다. - VC들은 포트폴리오 회사를 많이 도와준다.
-> 이것도 물론 회사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사실 VC들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많다. 가끔 인력 채용할때 지인을 연결해주거나, 영업할 회사를 소개해주는 정도이다. 경험 많은 파트너들은 사업의 큰 방향에 대해 조언을 줄 수 있겠지만, 사실 회사마다 사업의 특성, 경영진, 외부 환경 등이 다 다르다보니 이것도 조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심사역들은 대부분 10개 이상의 회사를 관리하며, 새로 투자할 회사도 찾고, 펀드도 만들고 하다보면 사실 기존에 투자한 회사의 내부 사정까지 깊이 이해하면서 도와주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당연하게도) 스타트업 스스로가 개척해야하는 영역이 대부분이다.
- VC는 사업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투자한다
- 업무 리뷰
2년간 업무를 회고해보면 투자 4건 (4건 중 3건 발굴), 회수 3건 (상장 2건, M&A 1건), 사후관리 누적 11건 (회수 포함)이다. 각각에 대해 정리해보면,- 투자
2024년에 2건, 2025년에 2건을 했다. AI 1건, 로봇 1건, 소부장 1건, 서비스 1건을 했다. 소부장 업체의 경우 구주를 떠온 것이고, 서비스 회사는 회사 파트너 분이 소싱한 딜이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사실 딜소싱에 대해 걱정이 크지 않았다. 어떻게든 지인의 지인을 찾아서 하면 되겠지, 콜드메일 보내면 되겠지, 내가 스스로 잘 발굴할 수 있겠지 등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갈수록 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는, 혹은 콜드메일 보내면 쳐다도 안보는 회사가 훨씬 많았다. 그러다보니 관심을 갖고 있던 회사도 나도 모르게 투자 유치 기사가 뜨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고, 혹은 투자 유치할 때 연락을 해도 이미 룸이 꽉찼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많았다. 결국 내가 보기에 좋아보이면, 남들 보기에도 좋아보이기 마련인 것 같다. 효과적인 딜 소싱은 항상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 회수
사실 회수에 있어 나의 역할은 거의 없긴 하다. 원래도 투자하고 나면 투자사가 해줄 수 있는게 없기도 하지만, 중간에 이어 받은 업체다보니 해만 안끼치면 다행이긴 하다. 1개 상장건은 내가 오자마자 상장 이후 바로 회수를 완료해서 대표님이랑 연락할 기회도 없었고, 나머지 1개 상장 건은 올해 초에 상장을 했는데, 주주간담회에서 대표님을 2-3번 뵌게 전부다. M&A된 회사는 사실 할 말이 많긴 한데...좋게 M&A된건 아니고, 상장을 실패해서 자금 문제로 투자 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타 회사에 인수가 되었다. 회사 자체는 내실이 탄탄해서 여러모로 아쉬운게 많은 회사이다. - 사후관리
현재 관리하고 있는 업체는 8개이고, 그 중 4개가 내가 투자한 회사다. 이 4개의 회사는 좀 더 애정(?)도 가고, 이해도도 높지만, 사실 물려받은 4개의 회사는 회사의 사정을 떠나 관리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다. 회사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경영진과 관계도 서먹서먹하고, 함께 투자한 투자사들과의 관계도 깊지 않다. 물론 내가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도 생각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실 투자사의 노력에 따른 회사의 성장이 관계가 높지 않으니 나 스스로도 다른 곳에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 투자
- 향후 계획
물론 어려움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생각하면 매우 만족도가 높은 지난 2년이었던 것 같다. 학위 과정과 스타트업을 거치며 1가지 분야만 알고 그 외의 세상은 잘 모르고 살아왔는데, VC를 통해 다양한 산업을 접하며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운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열정있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매일 보며 사는 것은, 나 또한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 같다. 다만, 자본 시장의 플레이어로 일을 시작하며 초기에는 한국 자본 시장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해서 지난 2년간은 이 자본 시장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쓴 것 같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 자체에 대해 깊게 공부한 시간은 적은 것 같다. 앞으로는 내가 가진 박사학위라는 강점을 살려 다양한 논문도 읽으며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이를 통해 정말 세상을 바꿀 회사를 찾기위해 더욱 노력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심사역 생활도 내 스스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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