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9학번 학부생 후배 2명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다. 축구 동아리 후배들인데, 작년 주장과 올해 주장을 함께 만나 작년 주장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함과 함께 올해 주장에게는 수고를 부탁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우리 동아리는 학기 별로 OB-YB전 등의 행사와 더불어 여러 대회를 참석하다보니 주장이 수고할 일이 많다). 내가 06학번이라 띠동갑이 넘어가는 학부생들과는 밀접하게 얘기를 할 일이 많지 않다보니 저녁을 먹으며 요즘 대학생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걱정을 하는지 들어볼 수 있어 나에게도 매우 재밌는 시간이었다.
먼저 첫 만남부터 나에게는 약간의 충격이었다. 새로 주장을 맡게된 친구의 팔 양쪽에 문신이 있는 것이다. 한 쪽엔 15cm 정도 되는 길이의 그림, 한쪽엔 5cm 정도 길이의 레터링으로. 나름 공부 잘하는 범생들이 모인 곳이라 혹시 부모님은 반대가 없으셨는지 묻자 부모님도 문신을 하셨다고. 세대가 변하니 부모님들도 젊어지시고, 상대적으로 개방적이 되시는 것 같았다.
식사를 하며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한 친구는 전기과에 다니는데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누적 평점이 4.25 (4.3 만점)이고, 로스쿨 진학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내가 대학 다니던 때에 학점이 높은 친구들은 주로 유학을 가서 혹시 유학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니, 대학원 인턴도 해봤는데 연구가 적성이 맞지 않는 것 같고, 요즘은 군대가 짧아진 덕에 전문연 메리트가 적어져 대학원 진학도 적고, 유학 가는 비율도 적어졌다고 한다. 다른 친구는 건축공학과에 다니는데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 친구는 스타트업 인턴과 창업 경험도 가지고 있었고, 대학원 진학 후에도 창업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대학 다니던 때에는 건축과 친구들은 설계 사무소, 건축공학 친구들은 건설사를 많이 가서 혹시 요즘은 어떤지 들어보니, 건축과, 건축공학 할 것 없이 상대적으로 설계 사무소와 건설사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설계 사무소는 임금이 적은데 노동 강도는 강하고, 건설사는 해외 격오지 파견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산운용사, 시행사 등을 알아보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아니면 프로그래밍을 배워 스타트업이나 IT대기업 등에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점점 축구 동아리에 들어오는 인원이 적어진다는 얘기도 했다. 우리 동아리는 원래 새터나 개파 등의 행사에서 친해진 후배들에게 축구부 소속 선배가 가입을 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이런 행사들이 적어지며 과 후배들을 만날 일이 없어지니 동아리 가입 권유를 할 길이 막혔다고 한다. 축구에 정말 관심이 많은 신입생들은 자연스레 중앙 동아리로, 가볍게 축구를 할 신입생들은 소규모 과 동아리로 향하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축구 등의 운동 동아리보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아 동아리 홍보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나도 요즘 술을 잘 먹지 않고, 후배들도 내일 새벽 축구 연습이 있다고 하여 식사 후 간단히 후식을 먹고 헤어지며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가 VC업계에 일해서 그런지 예전보다 똑똑한 친구들이 스타트업을 주요 진로로 생각하고, 어릴 때부터 다양한 스타트업 경험을 한다는게 긍정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진로를 고민하여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저학년부터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본인의 적성보다는 당시에 유행하는 직종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도 그런 경향이 없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정보에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해지면서, 진로 편중 현상이 더욱 강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최근 커리어를 전환한 VC라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혹시라도 우리 축구부가 없어질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크게 들었다ㅜㅜ
어쨌든, 바쁜 와중에도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도 바쁜데 동아리를 위해 고생하는 후배들이 기특하였고 요즘 대학생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 뜻깊은 자리였다. 앞으로 후배들에게 종종 밥도 사주며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도와주며 진로에 대한 고민도 나눌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