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벤처투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1950년대 페어차일드 반도체 사례부터 최근의 구글, 페이스북, 우버, 위워크 등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벤처투자가 진화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인 세바스찬 말라비는 <이코노미스트>와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출신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헤지펀드 열전'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꽤 긴 책이고 그만큼 다루는 양도 방대하다. 우선 1950년대에 페어차일드 반도체에 투자한 아서 록의 사례부터, 1970-80년대에 제넨텍, 아타리, 시스콤, 쓰리콤 등에 투자한 세콰이어 캐피탈과 클라이너 퍼킨스 등의 사례를 보여준다. 이후,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다양한 스타트업과 이에 투자한 벤처투자사의 사례가 나온다. 구글에 투자한 세콰이어 캐피탈, 클라이너 퍼킨스, 야후와 우버에 투자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로 유명한 마크 안드레센이 만든 벤처투자사 a16z, 최초의 액설러레이터 모델을 도입한 y-combinator, 페이스북에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DST global의 유리 밀너 등. 지금은 수십 조의 기업이 된 스타트업의 초기 스토리는 마치 영화처럼 흥미로우며, 창업자와 벤처투자자들은 영화의 주인공 같다. 기존 전통적인 은행의 투자 공식과는 다른 벤처캐피탈의 공격적인 투자 방식과 해당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알면 나도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가슴이 뛴.

스타트업에 다니거나 특히 벤처투자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아래와 같은 것을 새롭게 느꼈다.
벤처투자자의 사업 개입
오픈AI, gitlab 등의 투자로 유명한 코슬라 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는 아래 그림처럼 투자자들의 사업 관련 조언에 대해 경계하는 말을 한다. 결국 투자자들이 창업자만큼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 조언은 삼가해야한다는 것이다. 나도 투자자로써 일을 하며 상대적으로 내가 경험이 있는 분야에 대해 창업자분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은 경우가 생기는데 이 같은 말들 때문에 조심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다만, 위 그림에서 벤처투자자와 창업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파란선에서 볼 수 있다시피 벤처투자가 처음 생기던 시절에는 투자자가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개입을 했다. 창업자들을 위해 경영 능력이 있는 대표를 찾는 경우도 많았고, 사업의 큰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주요 의사 결정을 담당했다. 최근에도 벤치마크 등의 유명 벤처투자사는 창업자들에게 조언하지 않고 지켜만 보는 것을 '패배주의'로 표현하며, 창업자들과 함께 참호 속에 들어가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한다고 조언하였다. 물론 최근에는 모든 기술과 사업이 고도화 됨에 따라 투자자는 창업자 대비 사업에 대해 제한적으로 알 수 밖에 없지만, 나도 피투자사의 사업에 항상 관심을 갖고, 사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며, 때로는 그들을 적절하게 challenge할 수 있는 투자자가 되고 싶었다. 이 책을 통해 이런 생각이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항상 피투자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속적 성공의 어려움
벤처캐피탈이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선 결국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많이 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선 좋은 스타트업들이 해당 투자사로부터 투자받고 싶어하는 매력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아무래도 명성이 있는 투자사는 좋은 창업자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찾게 되고,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책에 나온 사례 중 클라이너 퍼킨스의 사례를 통해, 아무리 유명한 VC도 지속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클라이너 퍼킨스는 1972년 설립되어 구글과 아마존에도 투자를 했던 유명 투자사인데, 2000년대 초부터 친환경 관련 기업에 투자하며 많은 손실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와 대비되게 엑셀이란 투자사는 '준비된 마인드 (prepared mind)'이란 투자 철학과 함께, 항상 놓친 기회들을 반추하며 본인들의 투자 분야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인터넷 전화 서비스 업체 스카이프 투자 기회는 놓쳤지만, 인터넷 기반 서비스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여 페이스북 투자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보며 단순한 몇 번의 투자 성공이 아닌 지속적 성공을 위해서는 나만의 투자철학을 세움과 동시에 이를 계속해서 반추하며 나의 투자 분야와 철학을 가다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본의 힘
스타트업이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겠지만, 성공에 있어서 자본의 중요성을 이 책을 보며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소프트뱅크의 야후 투자 사례에서 손정의는 상장을 1달 앞둔 시점 야후 창업자들을 찾아가 1억 달러 투자를 제안하며 회사 지분의 30퍼센트를 요구했다고 한다. 손정의는 4달 전에도 야후에 25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하였는데, 그 때 대비 8배나 증가한 기업가치였다. 1억 달러라는 금액에 창업자가 당황하여 그만한 자금이 필요없다고 하자 '모두가 1억 달러를 필요로 합니다'라며 1억 달러를 받지 않으면 본인은 경쟁사에 투자하여 야후를 망하게 한다고 했다고 한다. 손정의는 야후가 수행 하는 사업이 사실 기술보단 브랜드가 중요한 승자독식의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도 기술 기업에 관심을 갖고, 기술에 있어 본인들만의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점점 정보 접근이 용이해지고 모든 회사의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오히려 기술 자체가 가지는 차별성보다는 성장성이 큰 분야에 대한 선제적인 자본 투자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차별성을 갖는 영역이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많은 고객을 유치함으로써 고객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해 제품/서비스가 더욱 고도화되고, 이는 후발주자의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이렇게 자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사례들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성장성이 큰 사업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투자를 통해 그 성공을 가속화하는 벤처투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벤처투자라는 직업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고, 나도 책에 나온 것 같은 유명한 기업에 투자하고, 함께 성장하는 사례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나도 화이팅,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분들도 모두 화이팅!
[1] Silicon Valley Genealogy, https://www.chiphistory.org/698-silicon-valley-genealogy
[2] VC History, https://ventureforward.org/resources-for-emerging-vc/vc-history/#:~:text=Venture%20capital%20emerged%20in%20the,into%20a%20more%20institutional%20structure
[3] 비노드 코슬라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Hzfrdc221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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