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을 준비하는 AI 스타트업 경영진 분과 식사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근래 들어 까다로워진 거래소의 심사 기준에 대해 얘기하시며 작년도 매출 성장율이 기대보다 적은 점을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해당 회사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들어 상장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살벌해진 상장 시장에 대한 분위기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기억나는 작년 특례 상장 기업들의 매출 및 매출 성장율을 찾아보니, 회사별로 다양한 수준의 매출과 매출 성장율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에 궁금함이 생겨 특례 제도로 상장한 모든 회사들의 매출과 매출 성장율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우선 자료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1], 전자공시페이지 [2], 네이버 증권 [3], 전자공시시스템 [4]의 자료를 이용하였습니다. 해당 자료를 통해 2009년부터 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전체 240개 기업 중,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212개 기업의 상장 직전연도 매출과 직전 3개연도 연평균 매출 성장율을 알아보았습니다 (ex. 2023년 상장한 기업이면, 2022년 매출과 2020-2022년 평균 매출 성장율). 먼저 212개 기업의 상장 직전연도 매출액을 아래처럼 20억 단위로 히스토그램을 그려봤으며, 400억 이상인 경우를 하나의 범위로 간주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매출액이 20억 이하인 기업들도 46개사로 다수 존재했으며 이 중 10억 이하의 바이오 기업들도 31개사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별 정확한 사업 내용 확인이 어려워 상장 직전연도 매출액 10억 이하면 바이오기업으로 간주). 20억 이하 매출을 제외하면 매출 400억 이상 기업들이 26개 (12%)로 가장 많았고, 60-80억이 21개사 (10%)로 그 다음, 40-60억이 19개사 (9%)로 그 다음 많은 빈도를 보였습니다.
다음은 매출 연평균 성장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212개 기업들 중 상장 직전 3개연도 중 매출이 0인 경우가 존재해 성장율을 계산할수 없는 32개사를 제외한 180개 사의 매출 성장율을 아래처럼 20% 단위로 히스토그램을 그려봤으며, 0%이하, 200%이상인 기업들은 하나의 범주로 간주했습니다. 예상외로 매출 성장율이 마이너스인 기업도 29개사 (16%)나 있었으며, 0-20%가 48개사 (27%)로 가장 많았으며, 20-40% (17%), 40-60% (15%) 범위가 각각 다음을 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분석을 해보니, 생각보다 매출이 적은 기업도 많고, 매출 성장율이 높지 않은 기업도 많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혹시 매출이 수백억인 기업들은 성장율이 작거나 마이너스이고, 매출이 적은 기업들은 100%이상의 높은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매출 수준과 매출 성장율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예상하기로는 매출이 높은 기업은 성장율이 작으며, 매출은 적은 기업은 높은 성장율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래 그림에서는 매출액과 성장율의 범위가 너무 커서인지 정확한 경향성을 살펴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20억 이하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기업들이 분포한 매출 20-100억 수준의 기업의 매출액과 매출 성장율 분포를 살펴보았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일반적으로 경향이 매출액이 커질수록 매출 성장율도 작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경향은 뚜렷하지 않았으며 (R2값도 매우 낮음), 매출이 높지만 성장율이 높은 기업도, 매출액이 적지만 성장율이 낮은 기업도 다수 존재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향이 거래소의 상장 기준이 까다로워진 최근엔 조금 바뀌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번 최근 2년 (2023-2024년도) 에 상장한 기업들의 매출과 매출 성장율을 전체 특례 상장기업들과 비교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아래는 2023-2024년도에 특례 상장한 77개 기업의 매출 분포를 역대 특례로 상장한 모든기업과 함께 비교한 그림입니다. 둘을 함께 비교하면 확실히 매출액 수준이 높은 기업들이 많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0-20억 매출 수준 기업의 비율이 확연히 적어지고 (전체 22%, ’23-‘24년 9%), 400억 이상 매출 기업이 많아진 것을 (전체 12%, ’23-‘24년 19%)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20-40억 수준 매출 기업은 9%로 동일하고, 40-60억 수준 매출 기업은 전체 10%, ’23-‘24년 12%인 것을 볼 수 있어 20억 이상의 매출이 나오는 경우 매출 수준 자체가 상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2023-2024년도에 상장한 기업들의 매출 성장율 분포입니다 (전체 ’23’-24 특례 상장 기업 77개 중 매출 0원이 존재하는 1개 기업 제외한 76개 기업). 해당 분포는 전체 특례 상장 기업의 매출 성장율과 대체로 유사한 분포를 보입니다. 다만, 성장율이 마이너스인 기업의 비율이 16%에서 14%로 소폭 적어졌으며, 0-20% 성장율을 기록하는 기업도 27%에서 21%로 적어졌습니다. 20-40%, 40-60% 성장율을 기록한 기업들은 17%에서 18%, 15%에서 16%로 소폭 성장하였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특례 상장 기업들의 정량적 지표인 매출과 상장 직전 3개년도 매출 성장율을 분석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 매출 규모의 경우 20억이하부터 400억 이상까지 다양한 기업이 존재하며, 비바이오 기업의 경우 40-60억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이 가장 많음
- 매출 성장율의 경우에도 마이너스 성장부터 200% 이상 성장까지의 기업들이 있으며, 0-20% 성장율을 기록하는 기업이 가장 많음
- 매출 규모와 매출 성장율의 경우,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율이 적어지는 경향성이 있으나 뚜렷하진 않음
- 거래소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진 2023-2024년 상장기업의 경우 20억 이하 수준의 매출 규모를 기록하는 기업의 수는 급감하였으나, 이를 제외한 전반적인 매출 규모는 기존과 비슷함
- 매출 성장율의 경우에도 2023-2024년 상장 기업들은 마이너스 성장율 기록하거나, 0-20% 수준의 성장율을 기록하는 비율이 다소 낮아지기는 하였으나 전반적으로 비슷한 경향을 가짐
와 같습니다. 정리해보니 정량적인 수준에서는 '매출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한다', 혹은 '매출 성장율이 어느 정도여야 한다' 등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특례 상장이라는 것이 과거의 실적과 같은 정량적인 지표보다는 미래의 성장성, 기술의 차별성 등 정량적이지 않은 요소들을 주로 검토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례 상장을 준비하시는 기업들 모두 과거 지표에 너무 얽매여서 스트레스 받으시기보다는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잘 준비하셔서 좋은 결과를 얻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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