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 VC

딥테크 스타트업의 상장 시점 시가총액은? (feat. 벤처 투자 라운드별 적정 기업가치)

J Park 2024. 5. 29. 20:07

Intro.
최근 엔젤로보틱스라는 기업이 상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KAIST 교수님이 대표로 계신 로봇 기업인데, 공모가 기준 시총 2,800억으로 상장하여 상장 첫 날 기업가치 1조를 돌파하기도 했다. 벤처투자자로서 좋은 기업을 발굴한다는 것은 결국 이렇게 높은 가격에 상장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과 동일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상장하는 기업들이 어떤 평가를 받으며 코스닥에 데뷔하는지에 대해 항상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나의 주요 관심사인 기술 기업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특례 절차에 의해 상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례 상장 기업들의 공모 시총은 항상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한번 이를 정량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한국거래소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역대 모든 특례 기업들의 공모 시총을 분석해 보았다. 또한, 이러한 상장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각 투자 라운드별 적정 기업가치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에 대해서도 분석을 해보았다.
 
공모 시총 가격
역대 특례 기업들의 기업가치 정보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1]과 전자공시페이지 [2]를 참조하였다. 각 사이트에 특례상장 기업 명단과 함께 상장시 공모가 및 주식수가 나와 있어 이를 통해 특례 기업들의 상장시 기업가치를 계산할 수 있었다 (만약 특례로 상장 후, 기업부를 옮겼으며 누락 가능성이 있음). 이를 바탕으로 전체 196개 특례 상장 기업의 공모 시총에 대한 히스토그램을 아래 그림과 같이 200억 단위로 그려보았다. 해당 192개 회사들의 상장 시점 기업가치 평균은 1,901억, 표준편차는 2,030억이었으며, 공모 시총 최소값은 241억, 최대값은 2조 218억이었다. 특례 상장시 대략 1,500억에서 2,000억에 상장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평균적으로는 맞는 얘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실제 가장 많은 기업가치가 분포되어 있는 범위는 900억에서 1,500억으로 32% (=63개사/196개사)의 기업이 해당 범위에 속해 있었다. (최빈범위는 900억~1,100억으로 22개사) 

 

 
그렇다면 업종별로는 어떨까? 최근에는 약간 시들해졌지만, 한동안 특례 상장의 주류를 차지했던 바이오 업종과 나머지 업종의 공모 기업가치를 아래 히스토그램을 통해 비교해 보았다. 바이오 기업은 총 94개의 기업이 공모 시총 평균 1,918억으로 상장을 하였고, 비바이오 업종은 총 102개의 기업이 공모 시총 평균 1,884억으로 상장을 하여 시총 평균 값은 거의 유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표준 편차는 각각 1,387억, 2,487억으로 비바이오 업종이 더욱 큰 것을 알 수 있다. 히스토그램에서는 오히려 비바이오 업종의 시총이 최빈 범위인 1000억-1900억 사이에 몰려있어 분산이 적어보이는데, 이는 비바이오 업종의 4,900억 이상 기업 중 매우 큰 기업가치로 상장한 기업 (파두 1.5조, 더블유씨피 2조, 등)이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투자 라운드별 적정 기업가치
그렇다면 위와 같은 결과를 보고 투자자는 투자 라운드별 피투자기업의 적정 기업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물론 현재 실적, 타겟 시장, 제품의 특성, 경영진 등 기업가치를 결정할 요소는 너무 많지만 위의 공모 시총만을 생각하여 라운드별 적정 기업가치를 계산해보았다. 우선 각 투자 라운드에서 기대하는 회수 multiple은 투자자마다 기대 수준이 다르겠지만 대략적으로 Seed 단계에서 20배, Series-A에서 10배, Series-B에서 5배, Series-C에서 2배를 기대한다고 가정했다. 이때 위에서 계산된 상장시점 특례기업 기업가치 평균을 통해 투자 라운드별 적정 기업가치를 역으로 계산해보면 아래 표처럼 Series-C에서는 608억, Series-B에서는 대략 195억, Series-A에서는 78억의 투자 전 기업가치가 계산된다. 이 과정에서 공모 포함 매 투자 라운드에서 20%에 해당하는 투자자금이 유입된다고 가정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과 회사는 모두 대략적으로 이런 값들을 염두에 두고 기대 수익, 상장 시총, 필요 투자금 등을 함께 고려하여 기업가치를 협상해야 할 것이다.

 

 
Conclusion
분석을 하고 보니 생각보다 공모 시총 평균은 높았고 (평균 1,900억), 공모 시총이 높은 것 대비 투자 라운드시 기업가치는 회수 멀티플과 지분 희석을 고려하며 더 낮아졌다 (Series-C, B에서 2, 5배의 회수를 기대하기 위해 투자전 기업가치가 600억, 200억 수준까지 내려가야함). 물론 계속해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상장 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게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니 투자사와 피투자사 모두 투자과정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적으로, 최근 특례 절차를 통해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무사히 상장 심사 절차도 잘 마치고,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한다.
 
Reference
[1]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http://data.krx.co.kr/contents/MDC/MDI/mdiLoader/index.cmd?menuId=MDC0201020501
[2] 전자공시페이지 https://kind.krx.co.kr/listinvstg/listingcompany.do?method=searchListingType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