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ture Deals: Be Smarter Than Your Lawyer and Venture Capitalist'이라는 스타트업씬에서 유명한 책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영문이라 읽어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서점에 갔다가 최근에 번역되어 발간된 이 책을 발견하고 바로 사서 읽어 보았다. 벤처투자를 받고, 투자 계약을 맺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창업자들이 실수하거나 놓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내용까지 설명이 되어있는 책이다. 특히 대부분의 창업자는 창업이 첫번째인데 비해, 투자 유치 과정에서 다양한 참여자 (VC, 변호사, 회계사)들은 모두 경력자이기 때문에 창업자들이 상대적으로 투자에 무지해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설명해준다. 책의 영문명 'Venture Deals: Be Smarter Than Your Lawyer and Venture Capitalist'이 직관적인 책의 설명이긴 하다. 책은 벤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참여자들 (창업자, VC, 변호사, 회계사 등)에 대해 각각 설명하며, 텀싯이란 무엇이고 각 조항의 의미와 각 조항마다 어떠한 항목을 중점적으로 봐야하는지, 일반적인 RCPS (상환전환우선주) 외에는 어떤 종류의 투자 타입이 있는지, VC들은 주로 어떻게 일하고, 그들과는 어떻게 협상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창업자분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하지말아야 할 것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도 개인적으로 동의했던 것이라 아래에 적어보면,
- 투자 검토 초기 단계에 NDA 요청하기: 가끔 투자 검토 초기에 NDA를 요청하는 창업자분들이 있다. 아직 제대로 회사 내용도 파악하기 전인데 NDA를 요청하시며, 기술이나 사업 진행에 대해 비밀스럽게 얘기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 물론 보안을 신경쓰는 회사의 입장도 이해가지만 1달에도 1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나는 VC로서는 초기 미팅 단계에서 스타트업과 NDA를 맺게 되면 책임져야할 비밀 유지가 너무 많아지게 되는 부담이 생긴다. 또한 스타트업은 사업 내용 및 투자 유치 중에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하는게 중요한데, NDA를 맺는 건 이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업 진행에 대해 confidential이라고 숨긴 것들이 나중에 보면 결과도 없이 끝나는 경우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 스타트업은 공개 가능한 것은 최대한 공개하면서 얘기하는것이 여러 VC과 긍정적인 얘기를 이어나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 회계법인을 통해 투자 유치: 가끔 나한테도 회계법인 투자 자문 부서에서 스타트업 소개 자료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자료들을 보면 아무래도 회계 법인에서 한번 터치를 한 자료이다 보니 산업, 기술/제품, 재무 등에 대해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업에 바쁘신 대표님들이 투자 유치와 관련된 내용을 외주화 하시려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많은 경우 스타트업 투자는 경영진에 대한 투자이다보니 초기 미팅을 대표와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회계법인과 하게 되면 맥이 빠지게 된다. 또한 초기 회사는 한푼이 아쉬운데, 투자금의 일부가 수수료로 나간다고 생각하면 그것또한 VC 입장에서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된다. Series-C 혹은 수백억 이상의 투자 유치가 아닌 한 가급적 창업자가 직접 투자 유치를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와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외에도 미국 VC와 스타트업의 문화이다 보니 한국과 다른 점도 있었지만, 다른 점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표준 계약서 형태도 아무래도 스타트업 문화가 오래전부터 발달한 곳이다보니,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나라보다 좀 더 자세하기도 하고 이게 단순히 복잡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VC 모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수 있도록 작성되었다고 느꼈다. 이 과정에서 계약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는데, 단순히 나중에 싸울 때를 대비해서, 혹은 일탈 행위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확인하고, 오히려 나중에 싸울 일을 줄이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VC로서는 다양한 계약의 구조, 여러가지 조항을 수익을 극대화하는 측면에서도 어떻게 정해 나가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투자를 하다보면 결국 투자 형태를 포함한 투자 구조를 어떻게 짜는지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엔 이제 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투자가 조금씩 쓰이는 형태인데, convertible note, venture debt 등 다양한 투자가 이미 오래전부터 상용화된 실리콘밸리 투자 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실리콘밸리 VC들이 어떻게 스타트업과 창업자분들과 의사소통하는지, 이사회에서 역할을 하는지, 투자를 어떻게 리드하는지를 간접적이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도 앞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다양한 스타트업과 관계를 맺으면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이 문화적인 측면, 제도, 사람들의 행동 양식 등 다른 점이 많아 바로 참고하기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선진 실리콘 밸리의 VC 투자 문화를 알수 있다는 측면에서 창업자 뿐만 아니라 VC 분들도 많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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